이런 질문 받아보신 적 있으신가요?
“애가 벌써 10번 넘게 배웠는데 왜 아직도 기물 움직이는 걸 헷갈려하죠?”
“이 정도 배웠으면 저(부모)를 이길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?”
체스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, 이런 말을 듣고 한숨 쉬어본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.
처음엔 저도 당황스러웠습니다.
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, 저는 체스 교육의 본질에 대해 더 깊이 확신하게 되었습니다.
체스는 게임이 아닙니다.
체스는 성과보다 ‘사고력’을 쌓는 훈련입니다.
체스는 빠르게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, 깊이 익혀야 하는 기술입니다.
체스는 ‘게임’일까요?
물론 겉보기엔 체스는 재밌는 게임처럼 보입니다.
하지만 그 안에는 시야의 확장, 추론적 사고, 기억력, 전략적 판단이 모두 필요합니다.
이건 단순히 “룰을 아는 것”과는 완전히 다릅니다.
예를 들어 룩은 직선, 비숍은 대각선으로 움직인다는 걸 기억하는 것과,
그걸 실전에서 정확하게 써먹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죠.
아이의 뇌는 아직 준비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
프랑스 심리학자 피아제는 아이의 인지 발달은 단계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합니다.
연령 | 인지 발달 특징 | 체스 학습 반응 |
만 4~5세 | 직관적 사고, 규칙 이해 어려움 | 행마법 반복 필요, 규칙 잘 잊음 |
만 6세 전후 | 규칙 이해 시작, 제한된 논리적 사고 | 기본 룰 가능, 전략 개념 어려움 |
만 7~8세 | 논리적 사고 발달, 구체적 문제 해결 가능 | 기물 활용 가능, 전략적 사고 시작 |
만 9세 이상 | 추상적 사고 발달 | 복기, 전략 계획 가능, 실전 적용 가능 |
출처: Piaget, J. (1952). The Origins of Intelligence in Children
부모님도 바쁘시고, 아이도 할 일이 많다 보니 현실은 이렇습니다:
•
체스 수업은 일주일에 한 번
•
집에서는 체스를 거의 두지 않음
•
복습이나 숙제는 지속되기 어려움
•
수업 횟수는 평균 10~20회 미만
이 구조는 ‘아이에게 체스를 소개하는 수준’까진 괜찮지만,
체스를 도구처럼 ‘사용’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기엔 반복이 부족합니다.
연구자 Campitelli & Gobet(2004)는 이렇게 말합니다:
“체스 능력은 단기간에 습득되지 않으며, 꾸준한 반복 훈련이 핵심이다.”
(Campitelli, G., & Gobet, F., 2004, Learning and Individual Differences)
그래서 우리 아이가 체스를 못하는 건, 정상입니다
아이는 지금 자신의 속도로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.
교사는 그 속도를 존중하며 기다리고,
부모님은 비교 대신 과정을 칭찬해주셔야 합니다.
부모님이 도와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
1.
체스를 강요하지 않고, 자연스럽게 옆에 두기
2.
실수해도 “좋은 시도였어”라고 말하기
3.
“왜 못해?” 대신 “조금 어려웠구나”라고 말하기
4.
10분이라도 같이 체스를 둘 수 있다면 더 좋습니다
체스는 천천히 배울수록 단단해집니다
실력이 안 느는 것처럼 보여도, 아이의 머릿속에서는
기억 회로와 공간 감각, 전략적 사고의 씨앗이 자라고 있습니다.
그걸 믿고 기다릴 수 있는 환경이야말로, 진짜 교육의 시작입니다.
참고문헌
•
Piaget, J. (1952). The Origins of Intelligence in Children
•
Campitelli, G., & Gobet, F. (2004). The role of practice in chess: A longitudinal study. Learning and Individual Differences, 14(2), 119-129.